‘호박’ 한 단어만 적어 장을 보러 가도 진열대 앞에서는 세 갈래로 나뉜다. 길쭉하고 연한 애호박, 둥글고 단단한 단호박, 껍질이 누렇게 익은 늙은호박이다. 이름은 모두 호박이지만 따는 시기와 보관하는 온도, 어울리는 요리가 꽤 다르다. 이 글은 2026년 10월 15일 농촌진흥청 농사로와 농업기술길잡이, 농식품올바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등 공식 자료를 확인해 정리한 비교다. 직접 사서 요리해 본 후기도, 맛의 순위도 아니다. 이번 주에 만들 음식에 맞는 호박 하나를 고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무엇을 만들지부터 정하자
호박을 고를 때 색이나 크기보다 먼저 정할 것은 요리다. 썰어서 국이나 찌개에 넣고 금방 익힐지, 쪄서 그 자체로 먹을지, 오래 끓여 죽처럼 만들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셋 다 ‘호박죽’ 재료로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손질하는 방법과 한 번에 쓰는 양은 다르다. 장을 보기 전에 이번 주에 만들 음식 한두 가지를 적어 두면 진열대 앞에서 망설일 일이 줄어든다.
식물로 보면 셋의 관계도 조금 다르다. 농촌진흥청 농업기술길잡이 『호박』은 동양종 호박(Cucurbita moschata)을 덜 익은 열매와 익은 열매를 모두 먹는 재래종 호박으로 설명하고, 그 예로 애호박과 늙은호박(맷돌호박)을 든다. 단호박은 밤호박으로도 불리며 서양종 호박(Cucurbita maxima)에 속한다. 다만 쥬키니 같은 페포종 계통이나 교잡종도 어린 열매로 출하되기 때문에, 진열대의 ‘애호박’은 하나의 품종이라기보다 덜 익었을 때 먹는 호박을 부르는 이름에 가깝다.
애호박: 꽃이 피고 열흘 안팎에 따는 호박
농사로의 애호박 현장 기술지원 자료는 애호박을 꽃이 핀 뒤 7~10일이면 수확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다 자라기 전의 어린 열매를 먹는 셈이라 껍질째 썰어 바로 조리할 수 있다. 농식품올바로는 애호박을 나물, 전, 찜, 찌개 등에 주재료나 부재료로 쓰고, 가늘게 채 썰어 국수장국이나 수제비의 고명으로도 쓴다고 소개한다. 손질도 깨끗이 씻은 뒤 꼭지를 잘라 내고 요리에 맞게 써는 정도로 간단하다.
나는 평일 저녁에 된장찌개나 전처럼 짧게 익히는 요리를 할 때 애호박부터 보겠다. 껍질째 바로 썰 수 있어 준비가 빠르고, 한 개를 두세 가지 요리에 나눠 쓰기도 쉽다. 아쉬운 점은 오래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업기술길잡이는 애호박 같은 청과용 호박의 최적 저장 온도를 7~10℃, 상대습도를 90~95%로 제시하고 저장 가능 기간을 일반적으로 1~2주 정도로 본다. 5℃ 이하에서는 저온장해가 생긴다는 설명도 있다. 농촌진흥청은 2026년 9월 보관 안내에서도 애호박이 저온에 비교적 민감하니 냉장고의 지나치게 찬 곳을 피해 채소 칸에 포장해 두고 되도록 빨리 먹으라고 권했다.
단호박: 따고 나서 단맛이 드는 단단한 호박
농사로의 단호박 재배 정보는 열매꼭지에 세로로 갈색 균열이 생기는 수분 후 45~50일 무렵을 수확 적기로 본다. 수확한 뒤에는 그늘진 실내(25℃, 습도 70~80%)에서 1주일 정도 큐어링을 하는데, 저장하는 동안 전분이 줄고 당도가 올라 단맛이 난다고 설명한다. 이후 저장 적온은 12~13℃, 습도 60~70%다. 농업기술길잡이도 단호박은 후숙으로 품질이 높아진다고 적고, 육질은 분질이 많아 완숙해야 풍미가 난다고 설명한다. 수확 직후보다 일정 기간 둔 뒤에 단맛이 오른다는 점이 나머지 두 호박과 가장 다른 성격이다.
농식품올바로는 단호박으로 샐러드, 튀김, 떡을 만들고 호박김치·호박선·호박죽의 재료로도 쓴다고 소개한다. 나는 쪄서 그 자체로 간식이나 반찬으로 먹고 싶을 때 단호박을 고르겠다. 아쉬운 점은 손질이다. 날것의 껍질을 벗기기가 번거로워 농식품올바로도 익힌 뒤 벗기면 더 쉽다고 안내한다. 한 번에 다 먹지 못하면 남은 조각이 금방 마르므로 랩으로 밀봉하고, 오래 둘 때는 씨와 속을 긁어낸 뒤 랩으로 싸서 냉동하라는 것이 같은 자료의 권고다.
늙은호박: 서리 전에 거둬 겨울까지 두고 쓰는 호박
늙은호박은 동양종 호박을 넝쿨에서 끝까지 익힌 열매다. 농사로의 늙은호박 재배 정보에 따르면 꽃이 핀 뒤 완숙까지 70~80일이 걸리고, 잘 익으면 황갈색 껍질에 흰 분가루가 생기며 열매자루가 나무처럼 단단해진다. 노지 재배의 수확기는 9월 상순~10월 중순, 출하가 몰리는 시기는 9월 중순~10월 상순으로 안내되어 있으니 10월 중순은 수확철의 끝자락이다. 농업기술길잡이는 일찍 익은 호박도 넝쿨에 두었다가 서리가 오기 전인 10월 상순 무렵 한꺼번에 거둔다고 설명한다. 저장 조건은 12~15℃, 습도 60~70%이고 140일까지 저장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농업기술길잡이는 같은 온도에서 품종에 따라 2~6개월 정도로 범위를 두고, 10℃ 이하에서는 저온장해에 민감하다고 덧붙인다.
농식품올바로는 늙은호박으로 호박나물, 호박범벅, 호박죽, 호박엿을 만들고, 말린 호박오가리를 두었다가 떡을 할 때 쓴다고 소개한다. 손질은 반으로 갈라 속과 씨를 숟가락으로 긁어낸 뒤 껍질을 벗기는 순서다. 나는 죽이나 범벅처럼 한 번에 넉넉히 끓일 요리, 혹은 겨울까지 두고 조금씩 쓸 재료가 필요할 때 늙은호박을 고르겠다. 아쉬운 점은 양이다. 한 통을 들이면 손질할 시간을 따로 잡아야 하고, 1~2인 가구라면 남는 과육을 어떻게 나눠 둘지 먼저 정해야 한다. 통째로 둘 서늘한 자리가 없다면 사는 날을 요리하는 날에 맞추는 편이 낫다.
성분표로 보면: 같은 100g, 다른 숫자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실린 국립식량과학원 자료(생것 100g 기준)를 보면 세 호박의 차이가 숫자로도 드러난다. 에너지는 애호박 22kcal, 늙은호박 38kcal, 단호박 57kcal이고 탄수화물은 각각 5.14g, 8.49g, 13.63g이다. 수분은 애호박 93.1g, 늙은호박 89.7g, 단호박 83.6g으로 순서가 거꾸로다. 베타카로틴은 단호박 3,670㎍, 늙은호박 853㎍, 애호박 270㎍으로 차이가 크고, 식이섬유는 단호박 5.0g, 애호박 2.2g, 늙은호박 1.8g이다.
이 숫자가 맛이나 건강 효과의 순위를 뜻하지는 않는다. 같은 이름이라도 품종과 재배 조건, 익은 정도에 따라 값은 달라질 수 있고, 실제 섭취량은 먹는 양과 조리 방법이 좌우한다. 다만 단호박이 다른 둘보다 수분이 적고 탄수화물이 많다는 점은 농업기술길잡이가 단호박 육질을 분질이 많다고 설명한 대목과 함께 읽을 만하다. 수치는 2026년 10월 15일에 다시 조회한 값이다.
보관과 손질, 그리고 한 가지 주의
세 호박은 보관 온도부터 다르다. 애호박은 서늘하게 두되 너무 차가운 곳은 피해야 한다. 농식품올바로는 물기를 없애고 신문지나 종이에 싸서 습기 없는 곳에 차게 두고, 썰어 둔 것은 비닐봉투에 넣어 입구를 닫아 보관하라고 한다. 통째로 둔 단호박과 늙은호박은 냉장고보다 서늘한 실내가 기준이다. 농사로 기준으로 단호박은 12~13℃, 늙은호박은 12~15℃이고 습도는 둘 다 60~70%다.
쓴맛도 기억해 두자.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정보마루가 2018년 해외위해정보로 소개한 일본 언론 보도 속 농림수산성 답변에 따르면 호박의 쓴맛은 박과 식물에 들어 있는 쿠쿠르비타신 때문이며, 많이 먹으면 혀 마비나 설사, 구역질 같은 식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조리 전에 자른 속을 맛봤을 때 쓰면 먹지 말고, 조리한 뒤에도 쓰면 무리해서 먹지 말라는 것이 요지다. 가격은 매일 바뀐다. KAMIS 소매가격 조사의 호박 항목에는 애호박과 쥬키니만 있고 단호박·늙은호박은 없어 셋을 같은 기준으로 견줄 공식 가격표는 찾지 못했다. 참고로 2026년 10월 15일 조사에서 애호박(상품 1개) 평균 소매가격은 1,101원으로 평년 1,714원보다 낮았다.
세 가지 추천
- 찌개·전·나물처럼 짧게 익히는 요리애호박
꽃이 핀 뒤 7~10일 무렵 따는 어린 열매라 손질이 간단하다. 저온에 민감하니 채소 칸에 두고 빨리 쓰자.
- 쪄서 그 자체로 먹기단호박
후숙으로 단맛이 드는 서양종 호박이다. 껍질은 익힌 뒤 벗기고, 남는 조각은 씨를 긁어내 냉동하자.
- 죽·범벅처럼 넉넉히 끓이기늙은호박
12~15℃의 서늘한 곳에서 오래 둘 수 있지만, 한 통을 어떻게 나눠 쓸지 먼저 계획하자.
항목별 비교
| 항목 | 애호박 | 단호박 | 늙은호박 |
|---|---|---|---|
| 어떤 열매 | 덜 익은 어린 열매(주로 동양종) | 서양종 호박의 익은 열매 | 동양종 호박의 완숙 열매 |
| 수확 시점(공식 자료) | 개화 후 7~10일 | 수분 후 45~50일, 이후 큐어링 | 개화 후 완숙까지 70~80일 |
| 먼저 떠올릴 요리 | 나물·전·찜·찌개 | 샐러드·튀김·떡·호박죽 | 호박죽·범벅·나물·엿 |
| 통째 보관 | 7~10℃, 1~2주 정도 | 12~13℃, 습도 60~70% | 12~15℃, 습도 60~70% |
| 생것 100g 에너지 | 22kcal | 57kcal | 38kcal |
| 아쉬운 점 | 저온에 민감하고 오래 못 둠 | 날것의 껍질 손질이 번거로움 | 양이 많아 나눠 쓸 계획이 필요 |
| 확인하지 않은 것 | 매장별 가격·산지·맛 | 매장별 가격·산지·맛 | 매장별 가격·산지·맛 |
그래서, 하나 고른다면
찌개나 전처럼 짧게 익히는 요리가 많다면 애호박, 쪄서 그대로 먹을 간식이 필요하다면 단호박, 죽이나 범벅처럼 넉넉히 끓이거나 겨울까지 두고 쓸 재료가 필요하다면 늙은호박부터 보겠다. 셋 가운데 더 좋은 호박을 가리는 일보다 이번 주에 만들 요리와 보관할 자리를 먼저 떠올리는 편이 실패가 적다. 이름은 출발점이고, 마지막 선택은 진열대의 실물과 표기를 보고 하자.